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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기에서 철심을 사용하는 이유와 자속의 역할

읽는 시간 약 14분

전동기나 발전기, 변압기의 내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철심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전기기기를 공부할 때는 철심을 단순히 코일을 감아 놓는 뼈대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철심은 전기기기의 자기회로를 구성하는 핵심 부분이며, 기기의 성능과 효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전기기기는 전류만으로 동작하는 장치가 아니다. 권선에 흐르는 전류가 자기장을 만들고, 그 결과 형성된 자속을 이용해 전압을 유도하거나 회전력을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굳이 철심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기 중에서도 전류가 흐르는 코일은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자속이 어떤 경로를 따라 형성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도체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직선 도체에 전류가 흐르는 경우 자기장은 도체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형성된다. 코일처럼 도체를 여러 번 감으면 각각의 도체에서 만들어지는 자기장이 서로 더해지면서 코일 내부에 비교적 강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전기기기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코일을 많이 감고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코일의 권수와 전류의 곱을 기자력(Magnetomotive Force)이라고 한다.

기자력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F = NI

여기서

F는 기자력,

N은 코일의 권수,

I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다.

따라서 같은 전류가 흐르더라도 권수가 증가하면 더 큰 기자력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같은 기자력이 필요하다면 권수와 전류의 조합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력이 크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만큼 자속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속이 얼마나 형성되는지는 자기장이 지나가는 경로의 특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자속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속(Magnetic Flux)은 자기장이 어떤 면을 통과하는 전체적인 양을 나타내는 물리량이며 기호 Φ를 사용한다.

단위는 웨버(Wb)다.

자속을 이해할 때 물이 파이프를 흐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개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파이프를 통해 일정량의 물이 이동하듯 자기회로에서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자속이 형성된다.

다만 실제 자속은 물처럼 물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기장의 분포와 크기를 이해하기 위한 물리적인 개념이다.

전기기기에서 자속이 중요한 이유는 전압과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이다.

변압기에서는 변화하는 자속이 2차 권선에 전압을 유도하고, 전동기에서는 자기장과 전류의 상호작용을 통해 토크를 발생시키며, 발전기에서는 권선을 통과하는 자속의 변화에 의해 유도기전력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자속은 전기기기 내부에서 에너지가 변환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자속과 자속밀도는 같은 것이 아니다

전기기기를 공부하다 보면 자속 Φ와 함께 자속밀도 B가 자주 등장한다.

두 개념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같은 물리량은 아니다.

자속밀도는 일정한 면적에 자속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자기장이 면에 수직이고 균일하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B = Φ / A

여기서

B는 자속밀도(T),

Φ는 자속(Wb),

A는 자속이 통과하는 단면적(m²)이다.

자속밀도의 단위는 테슬라(T)이며,

1 T = 1 Wb/m²

의 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자속이 두 철심을 통과한다고 생각해보자.

한쪽 철심의 단면적이 작다면 같은 자속이 더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자속밀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철심의 단면적이 커지면 자속밀도는 낮아진다.

이 차이는 실제 전기기기 설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속밀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철심이 자기포화 영역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계의 세기 H는 무엇일까?

자속밀도 B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물리량이 자계의 세기 H다.

둘을 처음 배우면 비슷한 개념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H는 전류와 권선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원인 측면에 가깝고, B는 그 자기장이 실제 자성체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자속밀도로 나타나는지를 표현하는 값이라고 볼 수 있다.

균일한 자기회로를 단순화하면

H = NI / l

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l은 평균 자기회로 길이다.

그리고 선형적인 범위에서는 자속밀도와 자계의 세기 사이에

B = μH

라는 관계가 성립한다.

μ는 투자율이다.

이 식은 철심을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투자율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

투자율(Permeability)은 어떤 재료 내부에서 자기장이 형성되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B = μH

관계를 보면 동일한 H가 주어졌을 때 투자율 μ가 큰 재료에서는 더 큰 B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의 투자율과 철을 기반으로 한 자성재료의 투자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코일 내부에 적절한 자성체 철심을 배치하면 공기만 있을 때보다 자속이 형성되기 쉬운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전기기기에 철심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즉 철심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자속이 효과적으로 형성되고 원하는 경로를 따라 지나갈 수 있도록 자기회로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자기저항으로 철심의 역할 이해하기

전기회로에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저항이라면 자기회로에서는 자속 형성을 어렵게 하는 정도를 자기저항(Reluctance)으로 표현한다.

자기저항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Rm = l / μA

여기서

Rm은 자기저항,

l은 자기회로의 길이,

μ는 재료의 투자율,

A는 자기회로의 단면적이다.

식을 보면 자기회로가 길어질수록 자기저항이 증가하고, 투자율이나 단면적이 커질수록 자기저항은 감소한다.

자기회로에서 자속은 이상화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Φ = NI / Rm

이 관계를 전기회로의

I = V / R

과 비교해보면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

전기회로에서는 전압이 전류를 흐르게 하고 저항이 그 흐름을 방해한다.

자기회로에서는 기자력이 자속을 형성하고 자기저항이 자속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대응관계를 이해하면 변압기나 전동기의 자기회로를 분석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다만 자기회로와 전기회로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전류는 실제 전하의 이동이지만 자속은 물질이 흐르는 현상이 아니며, 철과 같은 자성체는 자속밀도가 높아지면 투자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회로의 식은 매우 유용하지만 실제 철심에서는 비선형적인 자기특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극이 작아야 하는 이유

회전 전기기기에는 철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자와 회전자 사이에는 서로 접촉하지 않고 회전할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을 공극(Air Gap)이라고 한다.

공극은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기회로의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요소이기도 하다.

공기의 투자율은 철심에 사용되는 자성재료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자기저항은

Rm = l / μA

이므로 투자율이 낮은 공기 구간에서는 길이가 짧더라도 상당한 자기저항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전동기의 공극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면 동일한 자속을 만들기 위해 더 큰 기자력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더 많은 여자전류가 필요할 수 있고 전동기의 특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실제 회전기의 공극은 기계적인 안전성과 제작공차, 진동, 베어링 상태 등을 고려하면서 가능한 적절하게 작게 설계된다.

철심에 자속을 무한히 증가시킬 수 있을까?

철심의 투자율이 높다고 해서 전류를 계속 증가시키면 자속도 같은 비율로 끝없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자기포화(Magnetic Saturation)라는 현상이 등장한다.

낮은 자계 영역에서는 H가 증가하면 B도 비교적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 자속밀도가 높아지면 H를 더 증가시켜도 B가 이전만큼 증가하지 않는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이 상태를 자기포화라고 한다.

따라서 앞에서 사용한

B = μH

를 실제 철심의 모든 동작 영역에서 μ가 일정한 단순 비례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실제 자성체에서는 B와 H 사이의 관계가 비선형적이며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것이 B-H 곡선이다.

자기포화는 전기기기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변압기 철심이 심하게 포화되면 필요한 여자전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전류파형의 왜곡과 발열 증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기기는 정상 운전 영역에서 철심의 자속밀도가 적절한 범위에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변압기에서 철심은 어떤 역할을 할까?

변압기에서는 철심이 1차 권선과 2차 권선을 자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1차 권선에 교류전압을 인가하면 철심에 교번자속이 형성되고 이 자속이 2차 권선과 쇄교하면서 유도기전력을 발생시킨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에 따라

e = -N(dΦ/dt)

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속의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자속의 변화다.

자속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dΦ/dt는 0이 되므로 정상적인 변압 작용에 필요한 지속적인 유도기전력을 만들 수 없다.

변압기에 교류가 필요한 이유도 이 원리와 연결된다.

철심은 1차 권선에서 만들어진 자속이 가능한 효과적으로 2차 권선과 쇄교할 수 있도록 낮은 자기저항의 경로를 제공한다.

하지만 모든 자속이 1차와 2차 권선에 완벽하게 쇄교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자속은 철심의 주된 경로를 벗어나며 이를 누설자속이라고 한다.

누설자속은 이후 변압기의 누설리액턴스와 전압변동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 된다.

전동기에서 철심은 어떤 역할을 할까?

전동기에서도 철심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정자 권선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되고 철심을 따라 자속이 만들어진다.

이 자속은 공극을 지나 회전자와 상호작용한다.

특히 3상 유도전동기에서는 3상 권선에 흐르는 전류에 의해 회전자계가 형성되고, 이 회전자계가 회전자에 유도기전력과 전류를 발생시킨다.

그 결과 자기장과 회전자 전류의 상호작용으로 토크가 만들어진다.

즉 철심이 없다면 같은 수준의 자속을 효율적으로 형성하기가 어려워지고 필요한 여자전류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전동기의 철심 역시 단순히 구조를 지지하는 부품이 아니라 전자기적인 에너지 변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부분이다.

철심을 그냥 하나의 철 덩어리로 만들면 안 될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속이 잘 통하도록 철심을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두꺼운 철 덩어리를 그대로 사용하면 더 간단하지 않을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교류 전기기기에서는 철심을 통과하는 자속이 계속 변화한다.

변화하는 자속은 권선뿐만 아니라 철심 자체에도 유도기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철심은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기 때문에 내부에 폐회로 형태의 전류가 발생한다.

이 전류를 와전류(Eddy Current)라고 한다.

와전류가 철심 내부에 크게 흐르면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하고 에너지 손실이 증가한다.

그래서 변압기와 전동기 등의 철심은 일반적으로 얇은 전기강판을 절연하여 여러 장 적층하는 구조를 사용한다.

철심을 얇게 나누고 각 강판 사이의 전기적인 전류 경로를 제한하면 와전류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심을 사용하는 이유와 철심을 적층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문제다.

철심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저항을 낮춰 효과적인 자속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철심을 얇은 강판으로 적층하는 것은 변화하는 자속 때문에 발생하는 와전류손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둘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전기기기의 철심 구조를 훨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자속을 중심으로 보면 전기기기가 연결된다

전기기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자속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각각의 원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압기에서는 변화하는 자속을 이용해 다른 권선에 전압을 유도한다.

발전기에서는 회전운동을 통해 권선과 쇄교하는 자속을 변화시켜 전압을 만들어낸다.

전동기에서는 자기장과 전류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토크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자속이 효과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철심이 자기회로를 구성한다.

결국 전기기기의 구조를 이해할 때는 단순히 철심과 권선의 위치를 외우는 것보다 다음의 흐름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류 → 기자력 → 자계 → 자속 → 유도기전력 또는 전자기력 → 에너지 변환

이 흐름을 이해하면 이후에 배우게 되는 변압기의 여자전류, 유도전동기의 회전자계, 동기기의 계자, 직류기의 전기자반작용과 같은 내용도 서로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전자기 현상으로 연결해서 볼 수 있다.

마무리

전기기기에서 철심은 단순히 코일을 고정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높은 투자율을 가진 자성재료를 이용해 자기저항을 낮추고, 자속이 효과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자기회로를 만드는 핵심 구성요소다.

하지만 철심을 사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속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기포화가 발생할 수 있고, 교번자속이 존재하면 철심 내부에서 와전류와 히스테리시스에 의한 손실도 발생한다.

그래서 실제 전기기기의 철심은 재료, 단면적, 자속밀도, 적층구조 등을 함께 고려하여 설계한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전기기기의 철심을 왜 얇은 강판으로 적층하는지, 그리고 철심에서 발생하는 와전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적층구조가 왜 와전류손을 감소시키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dudqja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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