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무부하 상태에서도 전류가 흐르는 이유
변압기의 2차측에 아무런 부하도 연결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2차전류는 흐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1차측 전류도 0이 되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2차측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도 1차측에는 일정한 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를 보통 무부하전류(No-load Current)라고 한다.
처음 이 현상을 접하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부하가 없는데 왜 전류가 필요할까?
그 이유는 변압기가 2차측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철심에 자속을 만들고 철손을 보상하기 위해 일정한 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무부하전류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고, 각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며, 왜 무부하역률이 낮게 나타나는지까지 자세히 살펴본다.
무부하 상태란 무엇인가
변압기의 무부하 상태란 1차측에는 정격 주파수의 전압이 인가되어 있지만 2차측은 개방되어 있어 부하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즉
I2 = 0
인 상태다.
이때 2차측에 전압은 존재한다.
1차측에 교류전압이 인가되면 철심에 교번자속이 형성되고, 이 자속이 2차권선과 쇄교하기 때문에 2차측에는 유도기전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회로가 개방되어 있으므로 전류는 흐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1차전류는 무엇 때문에 흐르는 것일까?
철심에 자속을 만들려면 전류가 필요하다
변압기의 철심에 자속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자력이 필요하다.
기자력은
F = NI
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F는 기자력,
N은 권수,
I는 전류다.
즉 철심에 자속을 형성하려면 1차권선에 어느 정도 전류가 흘러야 한다.
이 전류의 중요한 성분이 자화전류(Magnetizing Current)다.
자화전류는 철심을 자화하여 변압기의 주자속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자속이 있어야 1차와 2차 권선에 유도기전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화전류는 변압기 동작에 필수적이다.
무부하전류는 하나의 성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부하전류 I0는 보통 두 가지 성분으로 나누어 이해한다.
첫 번째는 자화전류 Im이다.
두 번째는 철손전류 Ic다.
따라서 벡터적으로는
I0 = Im + Ic
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단순한 산술합이 아니라 위상차를 고려한 벡터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자화전류와 철손전류는 서로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화전류 Im의 역할
자화전류는 철심에 필요한 교번자속을 형성하는 전류다.
이상적인 자기회로에서는 이 전류가 거의 무효전류 성분처럼 동작한다.
즉 공급전압에 대해 대략 90도 정도 늦는 성분으로 볼 수 있다.
왜 그런가를 이해하려면 인덕터의 특성을 생각하면 된다.
이상적인 인덕터에서는 전류가 전압보다 90도 늦는다.
변압기의 자화회로도 본질적으로 큰 인덕턴스를 가진 회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화전류는 전압에 대해 크게 지상한다.
자화전류는 실제 출력을 전달하기 위한 부하전류와는 성격이 다르다.
주로 철심의 자속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류다.
철손전류 Ic의 역할
철손전류는 철심에서 발생하는 실제 유효전력 손실을 공급하기 위한 전류 성분이다.
철심에서는 히스테리시스손과 와전류손이 발생한다.
이 손실은 실제 에너지 소비이므로 전원에서 유효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철손전류 Ic는 공급전압과 거의 같은 위상에 있는 유효전류 성분으로 취급한다.
즉
Ic는 전압과 거의 동상,
Im은 전압에 대해 약 90도 지상
하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무부하전류의 위상관계
무부하전류 I0는 자화전류와 철손전류의 벡터합이다.
전압 V를 기준으로 잡으면
철손전류 Ic는 V와 거의 같은 방향에 놓이고,
자화전류 Im은 V보다 약 90도 늦은 방향에 놓인다.
따라서 무부하전류 I0는 두 벡터의 대각선 방향이 된다.
그 크기는 이상적으로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I0 = √(Ic² + Im²)
이 관계를 보면 무부하전류가 단순히 철손을 공급하는 전류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자속을 만들기 위한 자화전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무부하역률이 낮은 이유
무부하 상태에서 변압기는 실제 출력전력을 거의 전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화전류는 필요하다.
자화전류는 전압에 대해 약 90도 늦는 무효전류 성분이므로 전체 무부하전류의 위상도 전압보다 상당히 늦게 된다.
따라서 무부하역률은 일반적으로 낮다.
무부하역률은
cosφ0 = Ic / I0
로 표현할 수 있다.
철손전류의 비중이 작고 자화전류의 비중이 크다면 cosφ0는 작아진다.
즉 변압기 무부하 상태에서는 전류가 흐르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실제 유효전력 전달에 사용되는 전류가 아니다.
이 때문에 무부하역률이 낮게 나타난다.
무부하전류는 얼마나 클까?
실제 무부하전류의 크기는 변압기의 종류와 용량, 철심재료, 자속밀도, 설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정격전류보다 훨씬 작은 값이다.
다만 소형 변압기나 특정 설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커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무부하전류가 작다고 해서 0은 아니라는 것이다.
변압기가 정격전압으로 여자되어 있는 한 철심에 자속을 형성하고 철손을 보상하기 위해 일정한 전류가 필요하다.
왜 철심의 투자율이 높으면 자화전류를 줄일 수 있을까?
자화전류의 크기는 철심의 자기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기회로에서
Φ = NI / Rm
이고
Rm = l / μA
이다.
여기서
Rm은 자기저항,
l은 자기회로 길이,
μ는 투자율,
A는 철심 단면적이다.
투자율 μ가 높으면 자기저항 Rm이 낮아진다.
즉 같은 자속을 만들기 위해 더 작은 기자력만 필요하다.
기자력은 NI이므로 권수가 같다면 필요한 전류도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자기특성을 가진 철심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자화전류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철심이 포화되면 무부하전류가 왜 급증할까?
철심은 항상 일정한 투자율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속밀도가 증가하면서 포화영역에 가까워지면 유효 투자율이 감소한다.
같은 자속 증가를 만들기 위해 더 큰 자계 H가 필요하게 된다.
즉 더 큰 기자력이 요구된다.
결국 더 큰 자화전류가 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변압기에 과전압이 인가되거나 주파수가 지나치게 낮아져 V/f가 커지면 철심이 포화되고 무부하전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앞서 설명한 직류 인가 문제와도 연결된다.
무부하전류는 완전한 정현파일까?
이론적인 설명에서는 자화전류를 정현파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변압기의 자화전류 파형은 완전한 정현파가 아닐 수 있다.
그 이유는 철심의 B-H 특성이 비선형이기 때문이다.
자속밀도가 높은 영역에서 철심이 포화에 가까워지면 같은 자속변화를 만들기 위해 훨씬 큰 자화전류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화전류 파형은 찌그러질 수 있고 고조파 성분을 포함하게 된다.
특히 3차 고조파와 관련된 현상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즉 무부하전류를 단순한 정현파 하나로만 이해하는 것은 실제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여자전류와 무부하전류는 같은 말일까?
실무나 교재에서는 여자전류와 무부하전류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하게 구분하면 맥락에 따라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무부하전류 I0는 실제 무부하 상태에서 1차측에 흐르는 전체 전류다.
이 전류 안에는
자속을 만들기 위한 자화성분과
철손을 공급하기 위한 유효전류 성분
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무부하 상태에서 흐르는 전체 전류를 여자전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떤 문맥에서는 여자전류라는 말을 자화에 필요한 전류 중심으로 사용하기도 하므로, 글이나 교재에서 어떤 정의를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부하전류가 전부 무효전류는 아니다
무부하역률이 낮다는 설명 때문에 무부하전류 전체를 무효전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철손은 실제 에너지 손실이다.
따라서 이를 공급하는 철손전류 Ic는 유효전류 성분이다.
즉 무부하전류에는
유효전류 성분
과
무효전류 성분
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자화전류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역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무부하시 입력전력은 어디로 갈까?
2차측에 부하가 없으므로 출력전력은 거의 0이다.
그렇다면 1차측에서 소비되는 유효전력은 어디로 갈까?
주로 철손과 일부 1차권선의 동손으로 소모된다.
무부하전류가 작기 때문에 1차권선의 I²R 손실은 일반적으로 매우 작다.
따라서 무부하시험에서는 입력전력을 거의 철손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것이 변압기 무부하시험의 중요한 원리다.
무부하시험에서는 무엇을 측정할까?
변압기의 무부하시험은 보통 한쪽 권선에 정격전압을 인가하고 다른 쪽 권선을 개방한 상태에서 실시한다.
이때 측정하는 대표적인 값은
전압,
무부하전류,
입력전력
등이다.
무부하시 입력전력은 거의 철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압과 무부하전류, 입력전력을 이용하면 등가회로의 여자분기 성분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뒤에서 배우는 변압기 등가회로와 직접 연결된다.
등가회로에서 무부하전류는 어떻게 표현할까?
변압기의 등가회로에서는 자화작용과 철손을 나타내기 위해 병렬분기를 사용한다.
이 병렬분기는 보통
자화리액턴스 Xm
과
철손저항 Rc
로 구성한다.
Rc에는 철손전류 Ic가 흐르고,
Xm에는 자화전류 Im이 흐른다고 본다.
즉
Ic = V / Rc
Im = V / Xm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변압기의 여자분기는 철심의 실제 자기현상을 회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Rc는 철손을,
Xm은 자화에 필요한 무효성분을 나타낸다.
자화리액턴스가 크면 무엇을 의미할까?
Im = V / Xm
관계를 보면 Xm이 클수록 자화전류는 작아진다.
따라서 자화리액턴스가 크다는 것은 같은 전압에서 비교적 작은 자화전류로 필요한 자속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철심이 포화되면 유효한 자화인덕턴스가 감소하고 자화리액턴스도 작아질 수 있다.
그 결과 자화전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 관계는 포화와 무부하전류 증가를 회로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철손저항이 크면 무엇을 의미할까?
Ic = V / Rc
관계를 보면 Rc가 클수록 철손전류는 작다.
즉 같은 전압에서 Rc가 크다는 것은 철손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다.
따라서 좋은 철심재료와 적절한 설계를 통해 히스테리시스손과 와전류손을 줄이면 등가회로에서 더 큰 철손저항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역시 실제 자성재료 특성과 등가회로가 연결되는 부분이다.
부하를 연결하면 무부하전류는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2차측에 부하를 연결해도 철심에는 여전히 자속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화전류와 철손전류 성분은 계속 필요하다.
여기에 부하를 공급하기 위한 전류 성분이 추가된다.
즉 1차전류는 개념적으로
여자전류
2차부하에 대응하는 부하전류 성분
으로 볼 수 있다.
부하가 커지면 전체 1차전류에서 여자전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그래서 정격부하 근처에서는 여자전류를 무시하고 근사계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하가 걸려도 주자속이 거의 일정한 이유
2차측에 부하가 연결되면 2차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는 렌츠의 법칙에 따라 원래 자속을 감소시키려는 방향의 기자력을 만든다.
그런데 주자속이 감소하면 1차권선에 유도되는 역기전력도 감소한다.
그러면 인가전압과 유도기전력의 차이가 커지고 1차측에서 추가적인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추가전류가 만드는 기자력이 2차전류의 감자작용을 보상한다.
결과적으로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다면 철심의 주자속은 부하가 변해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것이 변압기가 부하에 따라 필요한 만큼 1차전류를 자동으로 끌어오는 기본 원리다.
무부하전류를 에너지 흐름으로 이해하기
무부하 상태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차측에 교류전압을 인가한다.
→ 자화전류가 흐른다.
→ 철심에 교번자속이 형성된다.
→ 1차와 2차 권선에 유도기전력이 발생한다.
동시에
→ 철심이 반복적으로 자화된다.
→ 히스테리시스손이 발생한다.
→ 철심 내부에 와전류가 발생한다.
→ 와전류손이 발생한다.
→ 손실을 공급하기 위한 철손전류가 흐른다.
따라서
자화전류 + 철손전류
가 합쳐져 무부하전류가 된다.
자주 혼동하는 부분
변압기의 무부하전류를 이해할 때 몇 가지를 구분해두면 좋다.
첫째, 무부하라는 말은 1차전류가 0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2차측 부하가 없다는 의미다.
둘째, 2차전류가 0이어도 2차전압은 존재한다.
셋째, 무부하전류는 전부 철손전류가 아니다.
자화전류와 철손전류가 함께 포함된다.
넷째, 무부하전류가 전부 무효전류인 것도 아니다.
철손을 공급하는 유효전류 성분이 존재한다.
다섯째, 무부하시 입력전력은 대부분 철손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1차 동손도 존재한다.
이 구분을 해두면 이후 등가회로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무리
변압기의 2차측에 부하가 없더라도 1차측에는 일정한 전류가 흐른다.
그 이유는 변압기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려면 철심에 교번자속을 형성해야 하고, 철심에서 발생하는 철손도 전원에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무부하전류는 크게
자화전류 Im
과
철손전류 Ic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화전류는 철심의 자속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전압에 대해 크게 지상하는 무효성분이다.
철손전류는 히스테리시스손과 와전류손을 공급하는 유효성분으로 전압과 거의 같은 위상을 가진다.
두 전류의 벡터합이 무부하전류 I0가 된다.
따라서 변압기의 무부하 상태는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철심에서는 계속 자속이 교번하고 있으며 철손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1차측에서 일정한 전류와 유효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자화전류와 여자전류를 정확히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부하전류의 벡터도와 위상관계를 이용해 변압기의 여자회로를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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